[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로 재해석한 분단과 평화
[메트로신문]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는 민통선과 인접한 동해안 최북단 마을이다. 한때 북쪽으로 약 6㎞ 지점에 자리 잡은 통일전망대를 가거나, 금강산을 향했던 이들이 잠시 쉬어 가곤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냉랭한 지금은 외지인이 대폭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보관광을 명분으로 한 관광객들도 과거 같지 않다. 전반적으로 고요하다. 북한과 접경지역임을 체감하는 순간 현실의 고요는 이유 있다. 남과 북을 가른 155마일 휴전선, 명파리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7번 국도는 그 경계와 제약에 따른 현실의 온도를 더욱 가파르게 만든다. 이처럼 물리적 구획과 한계의 흔적들은 명파리에선 흔하다. 예를 들어 여름에만 한 달 남짓 개방될 뿐 평소엔 철책이 가로막고 있어 통행이 불가능한 명파 해변은 사실상 동강 나 끊어 갈라진 역사를 증명하는 '통제의 선'이다. 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세월 한편에는 옛 'DMZ비치하우스'가 있다. 명파리 바닷가에 홀로 자리한 이곳은 오래전 금강산 비로봉과 해금강을 보기 위한 실향민과 관광객이 잠시 머물거나 묵었던 숙박시설이었다. 실향의 그리움을 달래는 장소이면서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상징으로 기억되는 유휴공간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변화와 여타 이유로 'DMZ비치하우스'는 최근까지 수년째 방치된 채 아무도 찾지 않는 섬처럼 존재했다.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를 남북 대치상황임에도 오히려 너무 익숙해 별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오늘과 닮은, 어색하고 낯선 평화만이 부유했다. 그런 그곳이 다른 표정으로 거듭나고 있다. 평화롭기에 오히려 평화를 망각하는 현실과 불편함 속 안락함을 미학적으로 연구한 예술프로젝트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되면서 공간 특유의 서먹한 침묵도 점차 희석되고 있다. 바로 'DMZ비치하우스'의 장소성을 살린 'DMZ문화예술삼매경+Re: MAKER'(리 메이커)이다. 'DMZ문화예술삼매경+Re: MAKER'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경기도·인천광역시가 협력 추진하는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광역연계사업인 'DMZ문화예술삼매경'에 강원도 고성과 철원의 지역성을 반영한 'Re: MAKER'를 덧댄 프로젝트이다. 'DMZ문화예술삼매경'을 어미로 하되 'Re: MAKER 고성'과 'Re: MAKER 철원'으로 구분된다. 철원보다 한발 앞서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Re: MAKER 고성'은 건축물 외부 디자인부터 내부 오브제 하나까지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은 국내 단 하나의 '예술호텔'이다. 단순한 숙식의 개념을 넘어 삶과 일상의 접점 속에서 예술성과 지속 가능성을 입힌 또 하나의 작품이다. 분단과 평화라는 이중적 장소를 미적으로 재해석한 해당 프로젝트에는 많은 시각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2020년 수림미술상 대상을 수상한 오묘초 작가를 비롯해 다국적 그룹인 스포라_스포라, 스튜디오 페이즈 등이다.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예진, 류광록, 홍지은, 박경, 박진흥, 김재욱 작가도 함께했다. 이들은 평화·생태·미래라는 주제 아래 주관기관인 강원문화재단의 장민현, 이린우 큐레이터와 소통하며 수개월에 걸쳐 모든 것이 정지된 낡은 공간을 개성 넘치는 '아트 룸'(art room)으로 탈바꿈시켰다. 자개 장인인 김종량을 포함한 일련의 작가들은 예술을 통해 한국의 분단을 새롭게 바라보고, 무장이 금지된 완충지대의 의미를 미술 언어로 다시 쓴 작품을 내놨다. 그 결과는 나쁘지 않다. 작은 미술관이 됐다. 안보 중심의 기존 DMZ의 이미지를 예술로 풀어낸 세상 하나뿐인 세계가 만들어졌다. 오는 4월 오픈 예정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메트로신문 김현정 기자 hjk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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