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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일보

[아티스트 아틀리에] (1) 김재욱, 머무는 곳이 작업실…마우스·데이터값으로 구현한 디지털 풍경

대용량PC·디지털기기로 작업

전통적 개념의 아틀리에 없어

대학 재학중 천재적 끼 선보여

대구문예회관서 21일까지 전시

미디어 아티스트 김재욱. 대구문화예술회관 주최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된 그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아티스트의 아틀리에를 찾아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적 가치와 방향성을 살펴 보는 동시에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작업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티스트의 아틀리에는 그 작풍(作風)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작품 제작의 비밀을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영상, 건축, 설치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청년작가 김재욱(29)은 아틀리에가 따로 없다. 그에게는 화실, 공방, 스튜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예술작업을 위한 공간이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 방은 저의 아틀리에이기도 해요. 캔버스 대신 대용량 PC와 디지털기기가 전부예요.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도 작업이 가능합니다."


김재욱은 미디어 아티스트다. 정확히는 '디지털 콜라주' 아티스트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 살아있다면 그를 '애정'할지도 모르겠다. 김재욱은 최신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예술영상을 창조한다. 계명대 영상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그는 올 2월 홍익대 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계명대에선 임창민·이태희 교수 등에게서 배웠고, 홍익대에선 김현석 교수로부터 사사했다.


"어릴땐 영화광이었어요. 미술도 좋아했는데, 손그림은 자신이 없어 영상애니메이션을 택했어요. 대학 동기들 40명은 거의 다 취업하고 저 혼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선 유학을 가라고 하는데, 고민 중이에요."


김재욱은 2014년 석고상에 세계 유명 인물의 형상을 투영한 'Human, every human can be someone'으로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신진 미디어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 3학년 때는 대구예술발전소 입주작가가 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그는 전자레인지 속에 한국의 대형화재 사건 사진을 넣어 불태우는 모습을 재연한 '연(捐):화(火)'를 발표해 천재적인 끼를 선보였다. 그는 이를 갖고 봉산문화회관에서 첫 전시를 했다.


2015년에는 역사성에 기초한 기록물을 화투 이미지를 통해 비디오 콜라주로 압축한 '마스터피스-위안부'를 발표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폴란드 브로츠와프 건물 외벽에 미디어파사드 작품으로 설치됐다. 그는 2017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미디어파사드 대회에 'Metaphor:dreamin'으로 최고작품상(2017)을 수상한다. 이어 LED램프와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어항 속에 물고기와 해파리를 투영한 'Still alive'(2017), 세계지도에 나타난 불빛을 영상화한 'SPAM'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인 미셸 공드리를 좋아하는 그는 2018년 영화 '독전'에 그의 비디오아트 '파노라마'가 삽입되기도 했다.


최근 3년간은 대도시 또는 지자체의 랜드마크를 디지털 콜라주로 작업하고 있다. 대구의 전경을 담은 신일월대구도(新日月大邱圖, 2019·대구미술관 소장)는 대구 중구 동성로 태왕 스파크 빌딩 외벽에도 설치돼 있다. 또 신한국생도(新韓國生圖, 2020)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 미디어타워에, 분단 이미지 등이 담긴 신강원산수도(新江原山水圖, 2021)는 강원도 아트호텔에 설치돼 있다.


위 작품들은 실사 평면(2D와 3D)과 컴퓨터그래픽(CG)을 붓이 아닌, 마우스와 데이터값으로 그린 그림이다. 픽셀캔버스 위에 레이아웃 배치 과정을 거쳐 추가로 1초에 29.97프레임이라는 영상매체의 시간개념을 더해 모션 키프레임으로 수를 놓듯 프레임마다 움직임을 더해 만들었다. 현재 NFT(Non Fungible Token)에 두개의 작품이 계약된 상태다.


김재욱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돼 오는 21일까지 위 3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옥렬 미술평론가는 "김재욱의 '랜드마크 디지털 콜라주'에는 공감각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밈(Meme)들이 업로드되는 현상의 표방'에서처럼, 그의 콜라주는 문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디지털 풍경화"라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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