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매일경제

고성 DMZ에 아트호텔…세계 2번째 접경지역 호텔

강원문화재단 아트호텔 '리 메이커(Re:maker)' 20일 오픈



강원도 고성군 DMZ(비무장지대) 인접 마을에 국내 첫 접경지역 아트호텔 '리 메이커(Re:maker)'가 20일 문을 연다. 호텔측은 19일 "얼굴 없는 영국 작가 뱅크시가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세운 '벽에 가로 막힌 호텔'(Walled Off Hotel)에 이은 세계 두번째 접경지역 아트호텔"이라고 밝혔다. 뱅크시는 2017년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호텔을 지어 화제가 됐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2층짜리 건축물 2개에 모두 8개의 아트룸(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작가 8명(팀)이 제작한 다양한 장르 예술작품을 곳곳에 배치했다. DMZ라는 특유의 장소성에 동시대미술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오묘초 작가는 '불편함'을 키워드로 한 아트룸 'Weird tension'을 선보인다. 분단 상황에 익숙해진 채 섬나라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철책 밖 실존하는 존재와 철책 너머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 '친밀한 적들', 분단 이후 우리가 쌓아 올린 남북 간 거리감을 중첩된 혼종의 서사로 기록한 작품 '시간과 정신의 방' 등을 만날 수 있다. 신예진 작가의 아트룸 '산수설계 홈 프로젝트'는 생태에 집중한 작업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자연의 모습이 아닌 훨씬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미지의 자연을 상상하며 제작했다. 호텔이라는 장소성이 물씬한 이 작품은 자연과 예술이 일상으로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포라_스포라(팀) 작품 '스펙트룸'(spectroom)과 '레이'(Ray)가 설치된 아트룸은 경계를 마주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갈등과 반목을 이탈한 조응과 포용을 그리고 있다. 색과 선을 중심으로 한 추상벽화인 '스펙트룸'은 오래전 판문점을 기록했던 보도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을 재해석한 것이다. 고성 바다에 뜬 무지개에서 영감을 얻은 '레이'는 무기가 되는 금속 황동과 구리를 이용한 빛의 시간을 상징한다. 한반도의 오늘을 반영하듯 현재도 철책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금지된 바다와 무지개의 이질성이 이 작업의 특징이다. 이외에도 실향민이자 허구의 인물인 '김 작가'를 통한 현실과의 정서적 왕복을 보여주는 박경 작가의 아트룸 '김작가의 방'을 비롯해, 인간과 물고기(육지 및 바다)·새(하늘)·검은색(밤)과 흰색(낮)의 5가지 요소를 모티브로 긴장의 장소 속 사색의 공간을 연출한 스튜디오 페이즈(팀)의 작품 '테셀레이션'(Tessellation)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탱크를 뚫는 관통탄 등의 무기원료로 사용되는 전략물자 중 하나인 금속으로 환경에 대한 조형적 해법을 탐구한 옴니버스식 공간을 연출한 류광록의 '금속방', 안락함과 평온함이 깃든 박진흥의 '쉼', 남북의 근원을 전통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채 고향에 대한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덧댄 홍지은(도자기공방숲)의 아트룸 '조선왕가-again' 등도 방문객을 맞는다. 레스토랑과 로비에 각각 설치된 주연 작가의 설치작품 'Plamodel DMZ'와 안평대군의 꿈 속 도원(桃源)의 광경을 옮긴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나전으로 재구성한 김종량 작가의 '신(新) 몽유도원도-나전'은 각각 10m가 넘는 거대함 속에 디스토피아적 현실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대비를 이뤄 눈길을 끈다. 인간 내면과 실제의 풍경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김나리 작가의 조각 '눈물'과 '검은 불꽃', 고성의 바람을 특유의 조형으로 치환한 해련의 회화 '미지의 숲∥', 자연 생태적이면서도 몽환적 여운이 물씬한 전경선의 부조 '등대', 금빛 찬란한 건축적 도상을 통한 상상의 미래를 표현한 신건우 작가의 회화 'Fondazione Prada'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강원도와 DMZ 이미지들을 초현실주의적 디지털 콜라주로 재구성한 김재욱 작가의 미디어아트 '신(新) 강원산수도'와 정혜련 작가의 라이트아트 'abstract time-DMZ', 육효진 작가의 키네틱아트 '바람'은 아트호텔 '리 메이커'가 들어선 명파리의 장소성과 낙관 불가능한 현실을 각자의 언어로 보여준다. 총괄 기획을 맡은 홍경한 예술감독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을 상징하는 DMZ는 전세계 마지막 금단의 땅이자,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는 장소"라며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동란 이후 70년의 역사와 단단한 이념의 장벽 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혼돈의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큐레이터 장민현은 "호텔 '리 메이커'는 일상과 접목된 공간에서 어떻게 문화예술의 영구성을 실현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둔 사업"이라며 "향후 의미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 운영 주체는 고성군으로, 20일 이후 누구나 무료 관람 및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아트호텔 사업을 주관한 강원문화재단 김필국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아트호텔 '리메이커'가 고성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기사원문


Comments


bottom of page